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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진흙, 참호전에서 태어난 예술 Trench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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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 작성자 지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29회 작성일 21-07-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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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출처는 런던의 왕립 전쟁 박물관)


인간이 만든 지옥, 참호에서 만들어진 예술 '트렌치 아트'


1차대전 서부전선의 참호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였어. 인간 병사들이 격돌하는 근대의 전쟁과, 고화력의 무기가 맞붙는 현대의 전쟁, 딱 그 과도기였기 때문이지. 


방어선을 뚫기엔 부족하고 인간을 죽이기엔 충분한 화력과 함께, 철도의 발달로 수 많은 인력을 전선에 투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서로 방어선을 뚫지 못하는 고착 상태에서 4년간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갈려나가는 일이 벌어졌어. 그 당시엔 전차라는게 없었기 때문에 병사들은 맨몸으로 전선에 나가야 했고, 당연히(?) 인간의 몸은 전차처럼 총알을 튕겨낼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땅을 파고 숨기 시작했지.


그렇게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가 연결되어 길게 늘어진게 바로 참호, 영어로는 TRENCH야. 트렌치는 물이 흘러나가는 배수로, 도랑이라는 뜻인데 그 형태를 보면 참으로 적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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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은 진흙과 흙탕물 범벅인 참호에서 몇주, 몇달을 지내며 전선을 지켜야 했고,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 수시로 포격이 있었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포탄이 떨어졌어. 완전 생지옥이었던거지.


또 한가지 끔찍한 건 참호라는 곳이 너무 좁고 구불구불했기 때문에, 결국은 몸싸움이 일어나는 백병전이 빈번했다는 거야.  적군이, 또는 반대로 내가 참호로 뛰어들어서 격투를 벌이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참호에서는 직접 만든 몽둥이나 칼을 들고 싸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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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용 트렌치 나이프. 두꺼운 트렌치코트를 뚫고 찔러야 했기 때문에 오직 찌르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삼각형의 날을 갖고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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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으로도 때릴 수 있도록 너클과 합쳐진 형태. 흔히 트렌치나이프라고 하면 대부분 이런 모양을 말하는데 얼마나 뒤엉켜서 난전이 벌어졌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 미국 일부 주에서는 소지만 해도 불법일 정도로 무서운 무기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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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 클럽. 춤추러 가는 클럽이 아니구 참호에서 쓰는 몽둥이임. 병사들이 직접 만들어서 쓰는게 보통이었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실용성이 돋보인다(?)


그런데 전쟁 PTSD의 원인은 '내가 상처 입는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이유인데, 이러한 '남을 죽이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하다고해. 멀리서 포를 쏘는 경우가 가장 덜 하고 가까운 곳에서 총을 쏠 경우 더 심해지고, 칼 같은 냉병기를 이용하는 경우에 가장 심하다고 하니 참호전에서 병사들이 받는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거지.


이 미친 전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전세계가 충격을 받았고, 나치 독일이 막 설치기 시작할 당시 또다시 이런 참극이 일어날까봐 유럽 강국들이 어버버 거리다가 결국 2차대전이 일어났으니... 역사란게 참 알 수 없어. 

-


서론이 왜 이렇게 장황하나면, 오늘의 주제인 '트렌치 아트'를 얘기하기에 앞서서 당시 참호가 얼마나 생지옥같은 상황이었는지 얘기해주고 싶었거든. 


아무튼 서부전선에는 전 유럽에서 징병된 젊은 병사들이 투입되었고, 몇주 몇달을 참호에서 지내야 했지. 병사들의 정신상태는 당연히 엉망진창이었을 테고, 마음을 달래거나 스트레소를 해소할 방법이 필요했을 거야. 당연히 그 중에는 예술가들도 있었을테고. 그들은 전장에 굴러다니는 것들로 취미삼아 예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 아니 취미라기 보다는 그런 것에 몰두하지 않으면 아마 미치기 직전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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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주로 포탄 탄피를 이용했어. 황동이라서 번쩍거리고 간지나고 가공이 쉬워. 지금도 군대에서 반지 만들겠다고 탄피 빼돌리다가 걸리는 폐급들이 있는 걸 보면 황동 탄피가 공예용으로 좋은 재료란 걸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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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탄피를 두들겨 만든 작품들. 이런 작품들은 시간 때우기를 위해 만들기도 했지만, 돈을 받고 판매해서 상당히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고 해. 때문에 재료가 될만한 탄피를 주워오느라 목숨을 걸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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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나 컵 같은 식기도 만들고 작은 장식물이나 소품, 성냥 덮개 등도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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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탄피가 아니라 총알 자체를 이용해서 만든 작품. 


가장 지옥같은 순간에도 나름의 인간성을 유지하고 살아가는걸 보면, 인간이란 참 나약하면서도 또 강한 존재라는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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