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Needle & Gem - H의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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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준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07회 작성일 20-06-11 23:59본문
https://www.youtube.com/watch?v=PoeDtKuorrw
Needle & Gem - H의 미간
나의 안과 밖은 그렇게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숨을 쉬니 나의 안은 열일곱,
나의 밖은 마흔일곱
내가 여러 겹으로 나뉘자 그는 놀랐습니다
나를 일컫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떠나기로 했습니다
주변은 모두 벽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누군가의 안과 밖은 그런 식의
흐름으로 나뉘어 있기도 합니다
외부의 벽과 나의 벽
어떤이의 이별의 눈물은
왼쪽에서부터 흘러
오른쪽으로 나오기도 한답니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벽을 보기 위해 자신의 마음 또한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어 만져보곤 합니다
어디까지 마음이 펼쳐질 수 있는지
손가락으로 재 보기도 합니다
마음의 벽엔 안과 밖이 없다는 상상으로
잠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아껴듣는 편이다. 공감하는 사람들은 알거다. 어느 순간에 어떤 냄새를 맡으며 어떤 행동을 하다가 노래를 듣느냐에 따라서 노래에 대한 기억이 고정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많은 경우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그 상황이 저장되고 그 기억이 앞으로 노래를 들을 때 마다 다시 떠오른다. (무슨 파일 저장, 다른 이름으로 저장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군대에서 들었던 노래들이 너무 소중하다. 군대라는 공간은 아무리 보고싶고 그리워도 내 의지로는 쉽게 돌아갈 수가 없지 않은가. 정말 박제된 순간들과 추억인 것이다.
앞서 했던 말을 통해 유추 할 수 있겠지만, 맞다. 나는 이 노래를 군대에서 처음 들었다. 어떤 분위기였나면...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쉬는 그 분위기. 딱 그거다. 점심을 먹고 창가에 있는 내 침대에 누우면 햇살이 정말 그림처럼 떨어졌었다. 햇볕이 그리는 각도가 그렇게 이상적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 파스텔 톤의 커튼들, 그리고 은은한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나는 내 침대가 있었다. 아이패드로 노래를 틀고 몽롱한 잠에 빠져 들 때 까지 듣던 이 노래가 주는 그때의 추억이 있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여유롭다. 가사를 처음 주욱 듣고나서 느낀 것은..눈을 감고 시를 읽은 듯한 기분이었다. 되게 묘하지 않은가. 시는 본래 눈으로 읽는 것인줄로만 알았는데. 귀로도 들을 수 있었다는걸 깨달았다는게. 참 나이 23살 먹고 깨우치기엔 참 멍청한 깨우침이다. 가만히 누워 '그렇구나, 기록이 있기 이전에 누구나 말로 시 비슷한 것들을 썼겠었구나' 라며 혼자 머리를 골똘히 굴리던 내가 있었다.
오늘 낮에 오랜만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24살이 된 내 현재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았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며 담배를 피우며 노래를 들었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참 실망했을 것 같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시선임에도 불구하고 '너가 그럼 그렇지 뭐...'하는 그 시선이 나올 것만 같았다. 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과대평가하고 긍정적으로만 상상하는 걸까? 우리는 매번 우리가 어제보단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허황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정말로 어제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싶다면 그 믿음은 버리는게 좋을 것 같다. 믿음을 가지는게 아니라 행동을 하고 습관을 고쳐야 한다. 그 것이 쌓이고 나서 생겨야 할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23살의 내가 듣고 그렇게 여유로웠던 노래가 도리어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는게 어떤 면에서는 속상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는 노래를 듣고 그때의 기억을 저장하는 사람이다. 지금보다 더 좋은 내가 된 그 순간에 나는 내 기억을 덮어씌울 예정이다. 혹은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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